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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산다

07. 아무튼, 가을

 


Autumn

 

바람이 불면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바람이 불면

내가 알고 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광석,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서울은 아침부터 영하권으로 겨울 날씨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제 정말로 가을도 끝나가는 것 같다. 가을 끝물에 제주에 와서 아직 끝나지 않은 가을 날씨를 즐기고 있다.

첫날에는 왕이메오름과 자연휴양림을 걸으며 서울에서 보지 못한 단풍 구경을 했다.

 

왕이메오름은 옛날 탐라국 삼신왕이 사흘간 기도를 드린 곳이라고 해서 왕이메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사람들이 신비롭게 느끼는 곳인가 보다. 친구와 내가 방문했을 때 입구를 잘못 들린 것인지 아무도 없었다. 왕이메오름은 커다란 나무들이 양옆으로 뻗어있는 숲길 끝으로 광활한 평지가 나오면 한라산이 정면으로 우뚝 솟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큰 나무들로 인해 그늘진 숲길과 달리 넓은 평지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사슴 몇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다. 그 뒤로 커다란 한라산이 보이는데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 바람이 좀 불긴했지만 햇볕은 따뜻해서 가을의 마지막 보살핌을 받는 것 같았다.

짧은 걷기를 마치고 조금 더 걷자며 친구는 자연휴양림을 소개했다. 왕이메오름보다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었고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단풍이 든 나무들을 구경하며 한 시간가량 산책을 했다. 친구와 오랜만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제주의 가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걸을 때마다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

마른 낙엽들이 부딪히는 소리,

바람에 낙엽 뒹구는 소리

가을이구나!

 
 
올해는 이렇게 짧은 가을이 지나갔다.

긴긴 여름을 지나 짧은 가을을 건너 이제 곧 겨울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하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지

모든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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