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아침

눈뜨면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생각한다.
미라클 아침이 아니라 글 쓰는 아침을 위해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기 시작한 지 2주 차가 되었다.
제주에서도 평일에는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가지고 갔다. 여행을 다닐 때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딜 가든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는 습관을 위해서다.
올봄에는 웹 소설 기초, 중급과정을 수강했다. 몇 년 전부터 웹 소설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소설보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 웹 소설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웹 소설을 평소에 읽지 않지만 아주 가끔 웹툰이 웹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되면 읽어보곤 했기에 어떤 느낌인지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공식적이고 형식적이어야 했다. 강사님이 설명하는 이론을 충분히 이해했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이런 게 아니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한 편이라도 마쳐보자 싶어 시놉시스를 작성하고 3화까지 작성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계속해서 다시 작성하라는 피드백을 받고는 흥미가 떨어졌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대중이 원하는 글에 맞춰서 쓴다는 것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대중이 원하는 글을, 소위 말해 잘 팔리는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억지로라도 쓰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럼 그렇지, 내가 어디 억지로 맞출 수 있는 사람인가. 아무리 다시 쓰고, 피드백대로 써보려 해도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그렇게 웹 소설 수업으로 확실하게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이건 정말 아니구나! 깔끔하게 정리.

깔끔하게 마음 단념이 돼야 미련 없이 돌아설 수 있다.
돈과 시간을 써보고 직접 이건 진짜 아니구나를 경험하고 나서야 마음을 접을 수 있는 것이다.
형식에 맞춰서 쓸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건 나 스스로를 과대평가했거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오만한 마음인가? 그럴 수 있다. 안 해봤으니까. 경험하고 나면 생각과 마음가짐은 달라진다.
어림잡고 예상한 것과 직접 경험하고 부딪혀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누군가 "그걸 꼭 경험해 봐야 알아?"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진정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어떻게 알죠?"라고 답하고 싶은 것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알겠니?라는 말에 똥인지 된장인지 사진으로 보면 모를 수도 있죠!!!라고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경험한다는 건 똥과 된장은 앞에 두고 오감으로 받아들여지는 감각에 반영하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만약 비슷한 두 형체의 사진만 두고 판별하는 것은 경험하지 않고 예측하는 것과 같은 방식인 것이다. 찍어 먹어보기까진 아니어도 후각이나 또는 시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실제적인 경험 없이 어떻게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다는 것인지, 물론 경험이 쌓여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꼭 실제적인 체험 없이도 분별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관심 갖는 것들은 주로 새로운 것들이여서 또 다시 나의 감각을 바짝 세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삼심대 중반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는 이제 관심조차 접어두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이 있듯이 어떤 일을 할 때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믿지 않는 편이다.
믿는 것만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자기신뢰가 너무 강하면 편향된 시각을 가지기 있기 때문이다. 나도 자기 신뢰가 강했던 사람 중에 하나인데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한번 깨지고 나니 반대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해나가면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떤 일에도 크게 화나지 않게 되었고 인간의 장점만이 아닌 다양한 면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은 결국 나 자신의 다양한 면까지도 이해할 수 있도록 확장되었는데, 그렇게 나 자신도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현상을 관찰자의 자세로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일단 쓰는 아침이다.
매일의 글이 모여 무엇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쓴다.
일상의 작고 사소한 기억들과 스쳐 지나가는 감각과 생각들을 적어본다. 그렇게 조금씩 쌓아본다. 지나가는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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