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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산다

14. 시(詩)를 대하는 방법

 


 

몹시 추운 오늘

하늘과 바다는

더욱 푸른빛으로

나를 설레게 하네

 

학교에서 집에 오다

꽁꽁 언 두 손을 비비며

추워서 울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이고

 

수녀원에 와서

마음의 추위를

기도의 난로로 녹이며

기쁘게 살아온 내가 보이고

 

봄 여름 가을도 아름답지만

겨울은 매운 바람과

모진 추위로

인내의 덕을 키워준

나의 선생님

차갑고도 뜨거운

'계절 수련장'이었지

 

겨울일기, 이해인


 

© Instagram: annn_photographer, 출처 OGQ

 

 

어여쁜 동생이 다음 달에 결혼을 한다.

청첩장을 주며 축사를 부탁받았다.

축사 대신 축시를 하겠다고 말하곤 고민에 빠졌다.

아아 - 어떤 시를 낭독해야 할까

 

몇 년 전 친구 결혼식에서 덜덜 떨면서 읽었던 내가 좋아하는 루미의 시를 다시 낭독하고 싶진 않고, 마음에 쏙 드는 시를 찾을 수가 없어 초조해지고 있다.  일주일 조금 넘게 남은 이 시점에서 시를 지어 선물할지 좋은 시를 찾아야 할지...

 

© Anna_Lviv, 출처 OGQ

 

고딩때 아주 잠깐 시인을 꿈꾼 적 있다.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시를 쓸수록 '자격이 되는가?' 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모든 것에서 영혼을 보는 초순수성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내가 그런 사람인가?'라는 질문 때문에 몇 개월 가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시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시를 써서 낭독한다는 것에 다시 고민해 보게 된다.

 

 얼마 전 요가원에서 나의 작은 결혼 축하파티에서 요가 친구 민주가 아름다운 시를 낭독해 주고, 또 다른 시를 적어 선물해 주었는데,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다시 읽어보곤 했다. 고맙고 감사한 선물이었다.

 

고운 동생에게 어떤 시를 선물해야 할지 시간이 갈수록 고민이다. 축사와 축시, 그 중간 선상의 글을 적어볼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 더 고민해 보기로!

 

사무실에 두고 한 번씩 펼쳐보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이 참 좋다. 맑고 투명한 수녀님의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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