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오늘
하늘과 바다는
더욱 푸른빛으로
나를 설레게 하네
학교에서 집에 오다
꽁꽁 언 두 손을 비비며
추워서 울었던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이고
수녀원에 와서
마음의 추위를
기도의 난로로 녹이며
기쁘게 살아온 내가 보이고
봄 여름 가을도 아름답지만
겨울은 매운 바람과
모진 추위로
인내의 덕을 키워준
나의 선생님
차갑고도 뜨거운
'계절 수련장'이었지
겨울일기, 이해인

어여쁜 동생이 다음 달에 결혼을 한다.
청첩장을 주며 축사를 부탁받았다.
축사 대신 축시를 하겠다고 말하곤 고민에 빠졌다.
아아 - 어떤 시를 낭독해야 할까
몇 년 전 친구 결혼식에서 덜덜 떨면서 읽었던 내가 좋아하는 루미의 시를 다시 낭독하고 싶진 않고, 마음에 쏙 드는 시를 찾을 수가 없어 초조해지고 있다. 일주일 조금 넘게 남은 이 시점에서 시를 지어 선물할지 좋은 시를 찾아야 할지...

고딩때 아주 잠깐 시인을 꿈꾼 적 있다.
그 꿈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시를 쓸수록 '자격이 되는가?' 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모든 것에서 영혼을 보는 초순수성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내가 그런 사람인가?'라는 질문 때문에 몇 개월 가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시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시를 써서 낭독한다는 것에 다시 고민해 보게 된다.
얼마 전 요가원에서 나의 작은 결혼 축하파티에서 요가 친구 민주가 아름다운 시를 낭독해 주고, 또 다른 시를 적어 선물해 주었는데,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다시 읽어보곤 했다. 고맙고 감사한 선물이었다.
고운 동생에게 어떤 시를 선물해야 할지 시간이 갈수록 고민이다. 축사와 축시, 그 중간 선상의 글을 적어볼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 더 고민해 보기로!
사무실에 두고 한 번씩 펼쳐보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이 참 좋다. 맑고 투명한 수녀님의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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